〈香水(향수)와 鄕愁(향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2021.
혼합 매체, 비누, LED 라이트, 향료, 가변 크기, ACC 커미션
신미경은 서울대학교 조소과와 동 대학원, 런던 대학교(UCL) 슬레이드 미술 대학 조소과 석사, 영국 왕립 예술 학교 세라믹 & 유리과 석사를 졸업하고, 영국과 한국을 오가며 조각 및 설치 작업을 하는 작가이다. 신미경은 오랜 유물에서 현대 도시 건축에 이르기까지 시간과 일상의 흔적을 재해석하여 오랜 기간 동안 비누라는 매체를 통해 유물과 동시대적인 것을 아우르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2013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주최하는 올해의 작가상 후보였으며, 2018년 아르코미술관의 중견 작가 지원전에 선정되어 개인전을 한 바 있다. 해외 활동으로는 2004년과 2007년에 런던 대영 박물관에서 프로젝트를 개최하였으며, 2017년에는 런던 빅토리아 & 앨버트 박물관에서 전시하였다. 최근 한국 전시로는 《신미경 개인전: Abstract Matters》(씨알 콜렉티브, 서울, 2021), 제10회 여수 국제 미술제 《[해제(解題)] 금기어》 (2020), 《세종대왕과 음악 치화평》 (대통령기록관, 세종, 2019) 등이 있다.
<香水(향수)와 鄕愁(향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물처럼 흐르는 기억의 순간들을 단단히 고정시켜 주는 감각을 향기라고 생각해, 20여 년에 걸쳐 향기를 작업에 개입시켜 왔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추억과 감정과 문명의 기억은 향기와 함께 각인되었다가 비슷한 향기가 코끝을 스칠 때 그 시절이 소환된다. 프랑스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는 어느 겨울날 마들렌 과자를 홍차에 적셔 한 입 베어 문 순간, 어릴 적 고향에서 숙모가 내주곤 했던 마들렌의 향기를 떠올렸다. 프루스트의 머리에 펼쳐진 고향의 기억은 그의 대표작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집필로 이어졌다. 이후 향기가 기억을 이끌어 내는 것을 ‘프루스트 현상’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이번 프로젝트는 시간이 고체가 된 것 같은 비누 덩이를 건축적 구조로 쌓고, 향을 적극적으로 작업의 요소로 활용하여,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에게 뇌에 새겨질 향기의 기억을 제공한다. 15톤의 비누 덩이들로 형성된 작품은, 마치 관람객이 예전에 방문한 어느 장소에서 보았을 법한 무너지는 중이거나 지어지는 중의 건물처럼, 건축적 구조물을 닮아 있다. 이는 기억을 소환하기도 하고, 유사 향기를 맡았던 시절을 환기하기도 한다. 일상에서 마주할 수 없는 거대한 비누 덩이의 구조물이 풍화되는 물리적인 시간성을 목격할 수도 있다. 빛의 도시 광주에서 벌어질 이 프로젝트는, 밤엔 조명이 투명한 비누를 비추어 마치 정지된 시간, 얼어붙은 찰나적 시간을 대변하기도 한다. 뇌가 감지하는 향기는 강렬한 이미지와 감정을 자극하여 여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시절을 길게 겪으며 감각정원을 거닐게 한다.
제작 계획으로는 캐스팅에 의해 전형적 석조 건축물에서 발견될 만한 돌덩이 크기의 비누 덩이를 제작하고, 그것들을 여러 방식으로 실험해 본 형식으로 현장에 설치한다. 비누 덩이의 설치 전에 전기 시설을 하여 바닥에 LED 조명을 설치한다. 거대한
비누 덩이를 투사하도록 설치된 LED 조명은 반투명한 비누 덩이에 빛을 투광한다. 비누 덩이에 작은 우물을 만들어 향을 담는다. 이미 15톤의 비누엔 향이 섞인 채로 제작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