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속으로: 기억과 사건
- 일정 2023.10.10 ~ 2023.11.24
- 장소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야외일대
2024 ACC 야외전시 《현장 속으로: 기억과 사건》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ACC)이 위치한 장소에 대한 역사적 사건과 기억을 다룬다. 전시의 제목과 내용에서 언급된 ‘현장’과 ‘사건’은 ACC를 설계한 건축가 우규승의 작품집 『forest of light』(2013)에 수록된 건축가 강혁의 비평문인 「사건의 건축」에서 참조한 개념이다. ‘현장’은 ‘특정한 시간과 공간이 교차하는 사건, 상황, 활동으로 삶의 깊은 면을 담은 장소’이다. 본 전시는 ‘사건이 발생한 특정 위치(Site)’, ‘사건이 일어나는 순간이나 장면(Scene)’, ‘사건이 발생하는 활동의 장(Field)’ 등 사건과 얽힌 ‘현장’이 지닌 다양한 의미를 복합적·확장적으로 고찰한다.
ACC 부지는 일제 강점기에 훼손된 광주읍성, 5·18 광주 민주화 운동 항쟁의 최후 항쟁지였던 옛 전남도청 등이 있던 자리로 한국의 근현대사를 상징하는 중요한 ‘현장’이다. 광주읍성이 있던 자리에 옛 전남도청, 옛 전남도청이 있던 자리에 지금의 ACC가 세워졌다. 같은 장소에 새로운 건축물이 지어지는 동시에 역설적으로 그 자리를 지켜온 과거의 흔적은 지워졌다. 그 흔적을 남긴 사건과 사건에 대한 사람들의 기억 또한 잊혔다. 현재 ACC는 ‘민주, 인권, 평화를 예술적으로 승화한다’는 설립 배경에 맞춰 2015년 11월 개관 당시 일부 훼손됐던 옛 전남도청의 흔적을 복원하는 공사를 진행하며 과거의 사건과 기억을 소환하는 현장을 선사하고자 한다.
《현장 속으로: 기억과 사건》은 공사장 가설 울타리로 둘러싸인 ACC의 모습을 ‘장소에 축적된 기억과 사건’이라는 맥락으로 재해석한다. 전시는 옛 전남도청 자리에 들어선 민주평화교류원과 아시아문화광장이라는 ‘역사의 현장(Site)’에서 시작된다. 작가들은 흔적과 증발, 침식과 퇴적, 밀물과 썰물, 그려짐과 지워짐을 통해 ‘기억의 현장(Scene)’에 장소성(Placeness)을 부여하며, 우리는 머물던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몸을 옮기며 새로운 이야기(Sequence)를 만든다. 주변의 풍경과 날씨에 의해 변화하는 작품들 속에서 새로운 만남과 사건을 마주하는 장소는 곧 ‘경험의 현장(Field)’이 된다.
현장은 행위자들(Performers)을 기다린다. 기억을 생산하는 사건의 장소가 되기를 바라며 행위자들을 불러 모은다. 광주읍성부터 옛 전남도청 그리고 오늘날 ACC에 이르기까지 이 장소에 켜켜이 쌓여온 사건과 기억을 돌아보고, 우리의 삶이 함께 스며들 새로운 현장이 마련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