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환상

  • 일정 2021.07.02.~2021.09.26.
  • 장소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창조원 복합3,4관

전시 냉장고 환상은, ACC/ACI 아시아문화연구소의 주요 연구 테마 중 하나인 ‘의식주衣食住’와 관련된 음식과 생활 문화에 대해 ‘냉장고’라는 일상의 필수품이자 부엌살림에서 접근하려는 시도로부터 시작되었다.

약 20만 년 전부터 불의 사용은 인류의 음식과 생활 문화에 혁명을 가져왔다. 그에 비해 냉각 기술의 개발을 통해 인공 얼음을 생산하고 ‘차가움’을 지배하려는 인류의 지난한여정에서, 가정용 냉장고가 생산되고 상용화되기 시작한 역사는 불과 100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비교적 짧은 이 역사 속에서 냉각 기술과 냉장고의 발달은 식재료의 보관, 식품의 유통과 소비, 그리고 음식과 생활 문화 전반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식품을 장기간 저온에서 신선하게 유지하는 냉장고와 ‘저온 유통 체계(냉장 체인 시스템cold chain system)’ 덕분에, 우리는 더 이상 신선한 식재료를 마련하기 위해 매일 장을 보지 않아도 되고, 제철과 원산지에 상관없이 언제라도 원하는 식품을 소비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과거에 냉장고가 없던 시절처럼, 제철의 야채와 과일을 장기간 보관, 저장하기 위해 많은 노고를 들일 필요도 없어졌다.

냉장고가 보증하는 편리와 효율의 이면에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거나 잃어버린 것은 없을까? 냉장고로 대변되는 편리한 문명사회를 선택한 대가로 우리는 인간과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더 나아가 인구 증가, 자원 고갈, 기후 변화 등 동시대 인류가 직면한 위기 상황과 자본주의적 ‘세계 식량 체계global food system’ 속에서 냉장고에 의존한 식품의 보관, 생산, 유통, 소비 형태는 건강하고 지속 가능할까?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전시 냉장고 환상은 차가움을 다루는 인류의 역사와 냉장고의 진화, 음식과 생활 문화의 변천사를 조망하고, 시각 예술가, 디자이너, 메이커들의 작품, 그리고 다큐멘터리 필름과 방송 콘텐츠를 통해 냉장고가 가져온 편리와 효율의 이면에 존재하는 다양한 문제와 이야기 또한 나누고자 한다. 더 나아가 바람직한 식품의 보관과 소비 방식 그리고 미래를 위한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먹거리와 음식 문화에 대해 함께 사유하고 논의하는 장이 되기를 바란다. 

기획 곽소연, 심효윤 (아시아문화원)

[1부 소개]

1부. 차가움의 연대기

냉장고는 언제부터 부엌과 일상의 필수품이 되었을까?

냉장고의 발명 이전에 인류는 어떻게 식재료를 보관했을까?

냉장고의 발명은 음식과 생활 문화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을까?

1부는 얼음과 냉장고와 관련된 역사적 정보와 지식, 이야기를 연표, 예술가의 작품, 광고 자료를 통해 전달한다. 다양한 실물 자원과 텍스트, 사진과 영상 자료로 구성된 ‘차가움의 연대기: 미완의 연표’는 통시적이고 세계사적인 관점에서 얼음을 이용한 인류의 식재료 보관부터 냉각 기술의 발달, 냉장고의 탄생과 진화, 식품 유통의 변천사까지 조망한다. 이 연장선상에서, 고대 중국에서 얼음을 보관하고 사용했던 역사적 이야기에 기반하여 진행했던 동시대 예술가(준 양)의 프로젝트를 통하여 과거와 현재를 연결한다. 마지막으로 냉장고 광고에 드러나는 사회 문화적 배경과 시대상을, 선진국에 대한 동경, 위생과 건강, 젠더, 식품 산업 발전의 관점에서 제시하며 ‘냉장고 광고 읽기’를 시도한다.

[1부_작품 설명]

차가움의 연대기: 미완의 연표

인류는 천연 얼음을 이용해서 음식을 보관하던 수준에서, 기계로 인공 얼음을 만드는 단계를 거쳐, 폭발하지 않는 안전한 냉매제를 찾았고, 20세기 초반에 드디어 가정용 냉장고를 개발하였다. 인류는 불을 이용해서 요리를 했지만, 얼음으로는 식재료를 저장하고 전 세계로 유통할 수 있었다. 인류가 대략 20만 년 전에 불을 다루는 법을 배웠던 것과 비교하면, 얼음을 완전하게 지배한 역사는 불과 100년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온도를 올리기는 쉬웠지만 내리기는 절대 쉽지 않았다. 얼음을 자유롭게 다루고 난 뒤에는 식탁 위의 혁명이 이루어졌다.

이 연표를 통해 얼음을 이용한 인류의 식재료 보관부터, 냉각 기술의 발달과 냉장고의 탄생과 진화, 그리고 식품 유통의 변천사 등 ‘차가움’을 지배한 인류의 여정을 따라가 본다.

냉장고 광고 읽기

난생 처음 냉장고를 접했던 어른들은 이를 경물敬物로 받아들였다. 집에 모시는 귀한 제품이었던 것이다. 냉장고의 탄생 이래로 사람들은 제품에 대한 거부감보다는 환상과 기대를 가져왔다. 자칫 촌스럽게 보일 수 있는 백색 컬러에 네모지고 낯설게 생긴 물건이 어떻게 사랑받을 수 있었을까? 당시 사람들은 왜 냉장고를 세련되고 우아하다고 여겼을까? 마치 부엌 한편에 늘 자리하고 있었던 듯, 냉장고는 우리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광고들을 통해 당시의 시대상과 사회 문화적 배경을 엿보고, ‘부엌 스타’의 탄생 스토리를 읽어 본다.

[2부 소개]

2부. 당신의 냉장고를 열어라!

냉장고 이면의 이야기들, 다양한 관점과 시각들

2부는 냉장고가 보증하는 편리와 효율의 ‘환상’ 이면에 존재하는 다양한 문제와 이야기를 다룬다. 종갓집, 청년 세대, 무연고자, 다문화 가정의 냉장고 이야기 등 아시아문화연구소의 칼럼을 소개하고, 냉장고에 접근하는 동시대 예술가들의 다양한 관점과 시각을 제안한다.

상기 칼럼과 연계하여 작가의 시각에서 포착한 풍경과 사물을 재현한 드로잉(호상근), 냉장고를 통해 초고령화 사회의 노년 세대의 문제에 접근하는 오브제-아카이브 설치(이미화 / 이모저모 도모소), 냉장고 관련 데이터를 수집, 해체, 분석하여 시각화한 미디어 설치(전민제), 냉장고를 조각의 재료로 사용하여 조각적 반전을 모색하는 설치 작업(최고은), 그리고 보다 확장된 시각에서 기술과 인간의 관계를 탐색하는 영상 작업(타오 후이)이 2부를 구성한다.

[3부 소개]

3부. 거대한 냉장고 작은 세계

다양한 식품은 어떻게 생산, 유통되어 우리의 냉장고 속으로 왔을까?

냉장고에 식품을 보관하는 행위는, 우리가 어떤 식품을 선택하고 소비하는지, 식품이 어떻게 생산되고 유통되는지, 그리고 최종적으로 소비 후에 잔여물인 음식물 쓰레기는 어떻게 처리되는지 등 식품의 생산-유통-소비를 아우르는 전 지구적인 식량 체계의 문제와 연결된다.

3부는 냉장·냉동 기술 및 산업의 발전과 함께 진화한 식품의 대량 생산과 장거리 유통(저온 유통 체계cold chain system, 푸드 마일food miles), 육식 문화와 공장식 사육(언해피서킷), 글로벌 식품 무역과 시스템 이면에 존재하는 식민주의 역사, 노동, 환경의 이슈(엘리야 누르비스타), 현재의 문제적 음식 소비문화(콰트레 캅스), 무분별한 식품의 소비와 잘못된 보관으로 인한 음식물 쓰레기 문제(아라키 코스케) 등 자본주의적 세계 식량 체계 속에서 냉장고와 음식을 둘러싼 다양한 문제와 주제를 다룬다. 이런 맥락에서 대안적 식품 생산-유통-소비를 실천하는 다양한 주체들의 목소리와 사유를 통해 더 나은 현재와 미래를 전망한다(라이스 브루잉 시스터즈 클럽).

[4부 소개]

4부. 냉장고 없는 부엌

냉장고 없는 부엌과 일상을 상상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식재료 고유의 특성과 관계없이 모든 식재료를 냉장고에 보관하면 안전할 것이라고 맹신한다. 하지만 냉장고에 의존할수록 식재료 보존 기술에 대한 유용하고, 때로는 오랜 과거로부터 내려오던 일상의 지식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4부는, 식재료 고유의 특성에 대한 연구와 전통 지식을 활용한 식품 보관법(지현 다비드), 적정 기술을 적용한 식품의 보관과 저장 방법(비전화제작자), 염장, 발효, 건조 등을 이용한 광주·전남 지역의 저장 음식(장동콜렉티브) 등 식품의 보관과 저장에 관련된 다양한 작품과 실천 사례를 통해 냉장고에 의존하지 않는, 전통적이고 일상적인 지식의 복원을 모색한다. 또한 인류의 오랜 음식 저장법의 하나인 발효를 매개로 특정 발효 음식(쁘라라pla-ra)을 그 지역(태국 북동부에 위치한 이산)의 자연, 삶, 정체성과 연결시키거나(아디삭 푸파), ‘발효’를 예술 실천의 방법론이자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관계 맺기 방식으로 사유하며 사회적 차원으로 확장한다(라이스 브루잉 시스터즈 클럽).

더보기

전시 안내

준 양

〈중국 황제의 얼음/ 땅에 얼음 1000kg을 묻은 아티스트〉, 2019.

호상근

〈냉장고 언저리에서〉, 2021.

최고은

〈머터리얼 풀: 2021 ACC〉, .

전민제

〈우리가 믿는 신 아래〉, .

이미화 / 이모저모 도모소

〈2,000kcal–0kcal〉, 2021.

타오 후이

〈연기와 빛〉, .

EBS 지식채널e

〈너무 긴 1분〉, .

〈일주일 3km 다이어트〉, .

콰트레캅스

〈낫 롱거 라이프〉, 2019.

스크리닝룸

〈스크리닝룸〉, .

언해피서킷

〈인류를 위한 얼어붙은 기념비〉, .

아라키코스케

〈음식물 쓰레기 제품〉, .

〈아니마〉, .

엘리야누르비스타

〈미식세美食世〉, 2021.

지현 다비드

〈냉장고로부터 음식을 구하라〉, 2009.

비전화제작자

〈오래된 미래: 저장에 대하여〉, .

라이스 브루잉 시스터즈 클럽

〈사회적 발효 아카이브〉, 2021.

장동콜렉티브

〈굿 플레이스: 조왕신들을 위하여〉,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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