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감정〉, 2023.

크리스털 비즈, 철 프레임, 모터, LED
ø240x600(H)cm

취안저우는 오래전 아시아권에서 해상 교역로상의 출발점이자 세계에서 가장 큰 무역항 중의 하나였다. 취안저우만 입구 진차이산에 위치한 불상 형태의 육승탑은 저 먼바다를 항해한 후 종착지에 다다르는 무역선들의 안내자 역할을 했으며 그 위엄은 오늘날까지도 전해 오고 있다. 유럽이 주도한 대항해시대보다 훨씬 앞서서, 중국을 중심으로 동아시아는 인구, 경제, 문화 등의 측면에서 훨씬 앞서 있었다. 작품은 당시 항구를 빼곡하게 채울 정도로 번성했던 취안저우의 모습을 상기시킨다. 거대한 바다를 항해하는 것과 같은 전시장 안에서 등대와 같이 빛을 발하며 작품은 관람객의 길잡이가 된다. 작품에 다다른 관객들은 마치 배가 정박한 것과 같이 종착지에 다다른다. 작가는 높은 원기둥 설치 구조물을 가상의 감정장치로 설정한다. 관객이 취안저우에서 활발하게 교류되었던 무역품들(향신료, 후추, 보석 등)을 선택해 기둥안의 테이블에 가져다 놓으면, 작품은 사물이 지닌 고유한 에너지를 감별해 빛과 움직임을 일으킨다. 사물이 뿜어내는 에너지(파장)는 거대한 장치를 구성하는 각 유닛에 달린 크리스털 비즈의 움직임을 일으켜, 빛을 주변으로 산란시키는데 이것은 작은 움직임들이 한데 모여 거대한 물결로 표현된다. 빛은 색깔이나 밝기, 어둠과의 대비를 통해 관객에게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거대 역사의 흐름 속에서 그들이 간직한 고유의 이야기(코드)를 전달한다.

박근호(참새)는 2013년부터 미디어아트 그룹 사일로랩을 시작으로, 물성으로 공간을 채우는 미디어 작업을 해 오고 있다. 주요 매체로 빛을 사용하며 잊혀지거나 소외된 사물에 감정을 이입하여, 그들의 시선에서 느끼는 감정을 대중에게 환기시킨다. 작가는 인간과 비인간, 생물과 사물, 물질과 비물질을 나누지 않고 생명을 갖지 않은 사물들에게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매개체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실험한다. 작가는 생명을 갖고 살아가는 것들과 갖지 않은 사물 감정적 동화를 느끼며, 동물, 식물, 무생물 등에게 감정을 이입하고 그것들의 시선을 작업으로 표현하려고 한다.

조형설계 김준수
조명모션 김서현
*“파라다이스 아트랩”의 제작지원을 통해 처음 선보인 후 재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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