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野菰), 버섯 같은 것〉, 2022-2023.

식물 보존물, 텍스트, 단채널 비디오, 가변크기.
작가 제공.

〈회양목〉, 2018-2023.

식물과 광물, 텍스트, 참고문헌, 단채널 비디오, 가변크기.
작가 제공.

이번 전시에서 이소요 작가는 사람이 용도를 가지고 길들인 생물이 자생력을 가지고 새로운 생태를 만들어낸 사례에 주목하는 《서울에 풀려나다》(2017-) 시리즈에 해당하는 두 작품 〈야고(野菰), 버섯 같은 것〉, 〈회양목〉을 선보인다.

〈야고(野菰), 버섯 같은 것〉에서 작가는 쓰레기 매립지에서 공원으로 변모한 난지도의 하늘공원에 있는 억새 식재지에서 자라나는 ‘야고’에 주목한다. 야고(野菰, Aeginetia indica)는 억새 뿌리에 기생하는 기생식물로, 원래 제주도 억새밭에서 자라지만, 제주도에서 생육하던 억새들을 서울로 이식하는 과정에 함께 옮겨와 자생력을 지니며 살아가게 되었다. 〈야고(野菰), 버섯 같은 것〉은 작가가 관찰자의 입장에서 서식지를 답사하고, 채종부터 시작하여 심어 기르면서 특정한 생태적 틈새를 관찰한 결과이다. 작가는 식물계에 속해 있지만 광합성을 하는 대신 다른 생물에 활착하여 양분을 얻으며 사는 야고의 모습에서 균계 생물인 버섯을 떠올린다. 중국어에서 비롯된 국명 속 ‘고(菰)’자의 뜻을 풀이하고, 우리나라 생물 향명에 자주 등장하는 친족어휘 ‘아재비’를 대입해 우리말 속 종중심주의(speciesism)를 돌아본다.

〈회양목〉은 도심의 대표적인 생울타리 식물로 친숙한 회양목(Buxus microphylla)의 다양한 삶을 찾아가는 관찰기이다. 정원을 장식하는 조경수로, 건축물의 일부인 울타리로, 왕릉의 천연기념물로, 혹은 석회암 지대에 자생하는 지표식물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이 생물을 더 가까이 알아가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완성태를 정하지 않고 조사를 거듭하며 다른 모습으로 전시해왔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강원도 석병산을 현장으로 삼아 제작한 작업을 선보인다. 작가는 2022년 5월부터 10월까지 석병산의 대표적인 호석회 식물인 회양목 자생지를 찾아 이 식물과 함께 있는 여러 물질을 살펴보았고, 이 과정에서 수집한 광물과 생물을 이용하여 조형물과 텍스트, 동영상으로 구성된 일련의 설치물을 제작하였다. 약 5억년 전 고생대에 형성된 석회암이 회양목의 양분이 되고, 또 채굴을 통해 도심의 건축물이 되기도 하는 물질순환의 과정을 헤아려보면서 현장에서 얻은 석회암, 조개껍데기, 나뭇가지로 콘크리트 조형물을 만들고 그 과정을 소개한다.

[쉬운 글 해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사람이 길들인 생물이 스스로의 힘으로 새로운 삶의 환경을 만들어낸 사례들을 보여준다. 《서울에 풀려나다》(2017-) 시리즈의 두 작품 〈야고(野菰), 버섯 같은 것〉과 〈회양목〉 이다.
〈야고(野菰), 버섯 같은 것〉에서 ‘야고’는 난지도 하늘공원의 억새밭에서 자라나는 식물이다. 억새 뿌리에 붙어 사는 기생식물*로 원래 제주도 억새밭에서 자라지만, 제주도에 있던 억새들을 서울로 옮기면서 함께 따라 와 살고 있다.

작가는 야고가 사는 억새밭을 자세히 살펴보고, 야고를 채집**해 직접 기르면서 관찰한 것을 작품으로 만들었다. 햇빛을 쬐서 광합성***을 하는 대신 다른 생물의 영양분을 얻어 먹으며 사는 야고를 보며 작가는 버섯을 떠올린다. 야고라는 이름에서 ‘고’는 한자로 버섯이란 뜻이다. 사실 버섯은 식물이 아닌 균이다. 야고는 식물이지만 야고의 이름은 식물이 아니란 뜻을 가진 셈이다. 작가는 야고가 살아가는 방식에 꼭 맞는 이름을 제안하려 한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것’을 표현하는 단어 ‘아재비’로 이름 붙이면 어떨까? 하지만 우리가 무슨 이름으로 부르느냐는 야고에게 중요하지 않다. 야고는 식물과 동물, 균처럼 서로 다른 종류의 생명들 틈새에서 계속 변하면서 살아남기 위한 자기만의 방식을 만들어나갈 것이다.

〈회양목〉은 도시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식물인 회양목(Buxus microphylla)을 여러 가지 방식으로 살펴보는 과정을 담고 있다. 회양목은 보통 정원에 심거나, 건물의 울타리로 쓰인다. 작가는 회양목에 대해 연구하면서 어떤 회양목은 왕의 무덤에 있는 천연기념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어떤 지역이 석회암 지대*였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증거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작가는 이 프로젝트의 완성 모습을 따로 정해두지 않고 조사를 반복하면서 계속 다른 모습으로 전시를 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강원도에 있는 석병산에서 진행한 작품을 선보인다. 2022년 5월부터 10월까지 작가는 석병산의 회양목이 자라는 곳을 찾아 이 식물과 함께 있는 여러 물질을 살펴보았다. 이 현장에서 얻은 석회암, 조개껍데기, 나뭇가지로 콘크리트 조각을 만들고 그 과정을 소개한다. 5억년 전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석회암은 여러 가지로 쓰인다.

*기생식물: 스스로 광합성해서 영양소를 얻지 않고, 다른 생물에 붙어서 영양소를 얻어 사는 식물
**채집: 곤충, 식물, 돌 등 생물이나 자연에 있는 것을찾아서 캐거나 잡아 모으는 것
***광합성: 식물이 햇빛을 받아 필요한 영양분을 만드는 것

아이 웨이웨이

〈라마처럼 보이지만 사실 알파카인 동물〉, 2015.

〈층〉, 2019.

〈궁전〉, 2019.

유이치 히라코

〈나무로 된 나무 28〉, 2023.

〈세계수(世界樹) 05〉, 2021.

〈선물 15〉, 2021.

〈잎의 모양 02〉, 2021.

알베로1987

〈도시의 숨결 〉, 2023.

〈동적 숲의 교감〉, 2023.

〈식물의 고요한 비명〉, 2023.

김자이

〈휴식의 기술 Ver. 도시농부〉, 2023.

이소요

〈야고(野菰), 버섯 같은 것〉, 2022-2023.

〈회양목〉, 2018-2023.

2023 ACC 사운드 랩 (김석준·윤지영·조예본·차미혜)

〈뻗고, 구부러지고, 부러지고, 잇고〉, 2023.

리트레이싱 뷰로

〈그린 머신〉, 2023.

패트리샤 피치니니

〈메타플로라(타임랩스)〉, 2015.

〈부츠 꽃〉, 2015.

〈초원〉, 2016.

타츠루 아라이

〈우주의 얼굴〉, 2022-2023.

노경택

〈이종협력시퀀스〉, 2023.

얄루

〈피클 시티 다이브〉, 2023.

〈피클 시티〉,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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